잡담 심각한 고민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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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요즘 저희 와이프가 너무 귀엽습니다.
이게 그냥 “귀엽네” 정도면 문제가 아닙니다.
귀여움이라는 건 원래 순간순간 반짝하는 것이라, 가끔 그러면 “오” 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그런데 이건 거의 상시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귀엽고, 숨만 쉬어도 귀엽고, 아무것도 안 하는데도 귀엽습니다.
심지어 본인은 그걸 딱히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아서 더 위험합니다.
귀여움은 자기가 귀여운 줄 모를수록 더 강하다는 걸, 결혼 17년 차가 되어서야 알았네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아침에 잠이 덜 깬 얼굴로 물을 마시는데 엄마강아지 모습입니다. ㅎㅎ
그러다가 “출근잘해?” 하고 말을 건넵니다.
질문은 그냥 평범한데, 왜 목소리는 방금 세상에서 제일 작은 동물이 낸 소리처럼 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순간부터 하루 판단력이 한 20%쯤 떨어집니다.
회사에서는 나름 이것저것 결정해야 하는 사람인데, 집에서는 이런 디버프를 맞고 있으니 이게 맞나 싶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또 가끔은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다가, 쇼츠 하나를 툭 내밀면서 “이거 봐” 합니다.
막상 보면 엄청 대단한 내용은 아닙니다.
진짜 별것 아닌 영상일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거 봐” 하는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저도 자동으로 집중해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쇼츠가 끝날 때까지 괜히 같이 진지하게 보고, 다 본 다음에는 “응… 그렇네…” 하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귀여움에 속고 있습니다.
알면서도 당합니다.
이게 제일 심각합니다.
더 난감한 건 이 귀여움이 생활에 자꾸 스며든다는 점입니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뒤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나면 반사적으로 돌아보게 됩니다.
그 소리만 들어도 ‘지금 뭔가 귀여운 장면이 시작되려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양치하다가 거품 묻은 얼굴로 손짓하면, 저는 그게 왜 그렇게 귀여운지 설명은 못 하겠습니다.
그런데 확실한 건 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양치를 멈추고 웃고 있습니다.
가끔은 제 옆에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툭 기대는데, 그때 느껴지는 통통한 뱃살도 참 귀엽습니다.
보통은 이런 걸 두고 귀엽다고까지 하진 않을 텐데, 저한테는 그게 또 그렇게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품에 안겼을 때 느껴지는 그 포근함까지 더해지면, 저는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습니다.
이건 정말 설명이 안 됩니다.
그냥 제 와이프라서, 그래서 더 귀엽고 더 좋습니다.
이쯤 되면 좀 걱정됩니다.
첫째, 저는 앞으로도 계속 이 귀여움에 휘둘리면서 살게 될까요?
둘째, 이 귀여움의 끝은 대체 어디일까요?
셋째, 제가 너무 자주 “귀엽다”라고 하면 와이프도 그걸 눈치채고, 나중에는 귀여움을 일부러 쓰기 시작하지 않을까요?
그건 정말 위험합니다.
귀여움이 전략이 되는 순간, 저는 그냥 집니다.
그래도 결론은 하나입니다.
이 고민은 해결하고 싶지 않습니다.
와이프가 너무 귀여워서 생긴 문제라면, 저는 그냥 계속 이 문제를 안고 살 생각입니다.
어차피 인생에는 없어져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그냥 끌어안고 사는 게 더 좋은 문제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오늘도 아주 심각한 얼굴로 말합니다.
“큰일이네.”
“왜?”
“여보 너무 귀여워.”
…이 말을 들은 와이프가 피식 웃는 순간, 제 고민은 또 새로 시작됩니다.
네. 심각합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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