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베트남에서 전기 오토바이 타고 충전해 본 경험담(개고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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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방문해보셨던 분들은, 도심 도로를 메운 어마어마한 수의 오토바이를 인상적으로 보신 분들이 많은 겁니다.
1억 인구에 8천만대를 넘으니, 사실상 베트남인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것인데,
오토바이 한 대의 매연량이 자동차 한 대에 못지 않다보니, 호치민과 하노이 도심의 대기질은 매우 나쁘고
그로 인해 해마다 수많은 폐질환 환자들이 발생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문제가 있어 왔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이 엄청난 수의 오토바이를 줄여보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았지만, 모두 실패했고
최종적인 대안으로서, 아예 강제적으로 전기 오토바이로의 교체를 감행하려 하고 있죠.
이미 대도시에선 내연기관 오토바이의 신규 등록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도심에서의 내연 오토바이 운행 제한 계획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마침, 이사를 하고 아이들 통학 버스 픽업지까지의 운송 수단이 필요해졌던 상황이어서
전기 자전거 구입을 고민하다가 결국 전기 오토바이의 구매를 결정 하였습니다.
구매 기종은 vinfast 의 EVO 200 가격은 한화로 약 100만원.
현 시점 베트남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전기 오토바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이전에 vinfast 를 매우 비판적으로 깐 적이 있는데, 왜 오토바이를 굳이(?) 라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여기에는 피치 못할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베트남의 내연 오토바이 시장은 혼다와 야마하가 거의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니, 혼다가 거의 독식했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정도죠. SYM, 스즈키, 피아지오가 근근히 팔리는 정도고요 .
그런데, 현재의 전기 오토바이 시장은 그 양상이 전혀 다르죠.
vinfast 전기 오토바이가 압도하고 있고, 중국 전기 오토바이가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는 정도입니다.
일본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과 마찬가지로, 전기 오토바이로의 전환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장에 내놓은 제품들을 보면 이걸 사라고 내놓은 제품이 맞냐 싶을 정도의 제품들만 나와 있습니다.
vinfast 전기 오토바이도 사실상 껍데기만 베트남 제품일 뿐, 중국 전기 오토바이나 마찬가지기는 합니다.
그래도 EVO 200 모델은 완충 시 200 km(실제로는 120 km 정도로 생각하라고 판매원이 대놓고 얘기하긴 하더군요)를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모델인지라, 장거리는 아직 좀 무리더라도, 아이들 픽업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구입을 합니다.
제가 사는 지역이 빈그룹 계열인 빈홈 아파트 단지 근처인지라 vinfast 충천소도 지천에 널려 있었거든요.
외부에서 충전을 해야한다는 게 불편하지만 2주에 한 번 정도면 뭐 감당할 만 하다는 생각이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제 예상은 절반만 맞았습 니다.
일단, 완충을 해서 보내준다던 오토바이는 40% 정도의 충전만 된 상태로 배달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죠.
그래도 주말까지 며칠 정도는 운용을 해도 될 거라 생각했고, 주말이 되어 마침내 첫 충전을 해야할 시간이 왔습니다.
가정부 아주머니가 아이들을 픽업 해주셨는데, 마지막 픽업이 끝나고 남은 배터리가 10% 라고 하시더군요.
아슬아슬했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에 오토바이 시동을 거려는데, 전원이 안 들어옵니다......
분명 10% 라고 했는데, 아무리 전원을 넣어보려고 해도 안 들어오네요.
제 위치는 아파트 주차장, 이제는 오토바이를 끌고 지상의 2블럭 떨어진 충전소까지 가야합니다.
충전소 가깝네 라고 생각했던 제 멍청한 생각이 바로 파단이 났습니다.
간신히 아파트 경비원님의 도움을 받아 지하주차장을 올라갈 수 있었고,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던 착한 베트남 남성이 제 오토바이를 발로 밀어주며 운전해줘서 그나마 지쳐 퍼지는 상황은 면했습니다.
다만, 제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충전소까지 도착,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앱으로 연결을 하고 충전을 시작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가니 충전을 시작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앱에서 충전이 종료가 됩니다.
뭔가 잘못했나 해서 다시 연결도 해보고, 다른 충전기로 옮겨도 보지만 매번 10분이 되지 않아 충전 종료가 됩니다.
그 시간 동안에도 전혀 충전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고요.
그렇게 몇 시간을 낭비하고, 고객 센터로 연결하여 물어보고 나서야 배터리 시스템을 리셋하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그제서야 진짜로 충전이 가능해집니다. 하아..... 근데 이미 시간이 늦었습니다.
완충까지 400W 로 10시간, 1000W로 4시간. 이미 시간이 저녁 시간이라 완충은 틀려 먹었군요.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충전 시간도 만만치 않은 일이란 걸 깨닫습니다. 그렇게 첫 충전은 47 % 를 채우고 끝납니다.
다음 주말이 됩니다. 비가 옵니다. 젠장.
이번에도 10% 남짓 배터리가 남아있는데, 다행이 전원은 켜집니다. 근데 지하주차장 언덕을 못 올라가네요......?
주행은 ECO/SPORTS 로 전환이 가능한데, 경사가 있는 언덕은 SPORTS 로 전환을 해야 올라갈 수 있긴 합니다.
근데 배터리가 10% 라서인지 언덕을 중간쯤 올라가다 더 올라가지를 못합니다.
할 수 없이 내려서 또 끌고 올라갑니다. 한숨이 절로 나오네요.
충전소에는 지붕이 없습니다. 전기 충전은 어쨌던 해야하는데, 고장 등등 우려되는 게 많네요.
할 수 없이 비를 쳐 맞으면서 오토바이에 우비를 씌워 줬습니다.
충전이 완료되고 픽업을 위해 갔습니다. 우비가 안 보이네요. 하아...... 그렇게 2번째 충전을 마칩니다.
2주일이 지나 3번째로 충전을 해야하는 때가 왔습니다. 슬슬 충전 스트레스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설거지 빼고 하는 집안일이 거의 없는데 이런 거는 맡아서 해줘야죠.
다행이 배터리가 20% 이상 남아선지 언덕 오르는 데는 성공합니다. 대견합니다.
근데 평소에 가던 충전소 충전기들이 갑자기 충전이 되지 않습니다. QR 코드 찍으니 충전 불가라고 하네요??
자세히 보니 해당 충전소 충전기들의 램프가 전부 꺼져 있습니다.
물론 아무런 안내나 공지나 뭐 이딴 건 없습니다. 그냥 안됩니다.
할 수 없이 다른 충전소를 찾습니다.
한 10분쯤 돌아다니는데 배터리가 슬슬 불안합니다. 다행이 충전이 가능한 곳을 찾았습니다.
근데 집에서 걸어서 10-15분 거리입니다. 충전 시켜놓고 걸어가기는 귀찮아서 집사람에게 SOS를 쳤습니다.
결국 충전을 위해 왔다가 집사람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했고, 회수할 때도 집사람 오토바이를 타고 갔습니다.
그때 충전용 어댑터를 우연히 만졌는데, 매우 뜨겁네요.
보통 EV 충전을 하면 완충되면서 자동으로 중단이 된 다고 들었습니다만, 여러가지로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충전 시간은 5시간 정도 되었지만 자동으로 멈추지 않았고, 배터리는 이미 100% 상태였거든요.
집사람이 처음에는 이 오토바이를 출퇴근용으로도 고려했었지만,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선 바로 포기를 했습니다.
최소한, 개인 주택, 아파트 주차장에서 충전이 가능하지 않으면 장거리 운전용으론 불가능하다는 거죠.
하기는 제가 전기 오토바이를 얼마 간 타보고 느낀 장단점입니다.
장점 : 유지비는 매우 저렴(vinfast 의 경우 1년간 무료 충전을 지원해줌),
소음 거의 제로, 매연도 없으니 친환경적?
단점 : 충전이 너무너무너무 불편하고 신경쓰인다.
엔진 출력이 너무너무 약하다. 어지간해선 배터리를 20% 이하로 떨구지 않도록 해야.
화재 위험, 방전 위험 등 여러가지 리스크가 걱정 된다.
결론은, 전기차는 제가 안 타봐서 모르겠지만 전기 오토바이는 정말로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여러 회사들이 노력해서 좀 더 출력이 낫고 배터리 효율이 좋고 더 안정적인 제품들이 나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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