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성실함이 배신당한 시대의 독백
본문
나의 삶은 하나의 강력한 유언(遺言)에서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무모한 주식 투자가 집안 전체를 무너뜨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어머니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내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너는 절대로 주식하지 마라. 빚은 무서운 것이다." 그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삶을 구축하는 철옹성 같은 맹세이자, 피와 땀으로 지킨 원칙이 되었다.
그 후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그 맹세에 충실했다. 남들보다 한 시간 더 일했고, 남들보다 한 푼이라도 덜 썼다.
월급이 통장에 꽂히면 가장 먼저 정해진 금액을 저축 계좌에 밀어 넣었다.
나의 삶은 성실이라는 해머와 절약이라는 톱니바퀴로 움직이는 시계 같았다.
나는 노동의 가치를 믿었다. 정직한 땀방울만이 내 가정을 지켜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내 손으로 일군 삶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세상의 규칙이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밤새 일하고 샤워만 마친채 새벽같이 출근해 녹여낸 뼈와 땀보다 , 누군가 우연히 던져 놓은 동전이 더 큰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주식이니 코인이니 부동산이니 하는 ‘투자’의 영역은 마치 중력장처럼 부(富)를 끌어당겼고, 성실한 노동으로 쌓아 올린 나의 저축액은 그저 모래성처럼 초라해 보였다.
정부는 끊임없이 부동산 가격을 부양했고, 대출과 투기의 잔치 속에 ‘노동하지 않아도 부자가 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저축액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물가상승은 내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들을 조롱했다.
나는 물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독을 지고 산을 오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의 인생은 무엇이었을까? 위험을 피해 안전을 택한 삶은, 오히려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 것이었다.
나는 이제 내가 믿고 의지했던 ‘노동의 가치’에 환멸을 느낀다.
이 사회는 성실함을 배신했고, 원칙을 지킨 자에게는 ‘패배자’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이제 나에게는 미래가 없다. 땀을 흘려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 앞에서,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이 경멸스럽다.
노동이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평생을 지켜온 맹세가 이 시대에 와서 부메랑처럼 돌아와 나를 공격하는 이 기막힌 현실 앞에서, 나는 그저 힘없이 무너져 내릴 뿐이다.
오늘도,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굳어있고, 집에서 주식이나 코인으로 노동을 대체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너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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