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오랜만에 디아블로2 (클래식)을 해보았습니다.
본문
오랜만에 옛 향수에 이끌려 디아블로2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특별한 취미를 붙이기도, 사람들과의 북적이는 만남을 즐기지도 않는 제게 이 게임은 가장 편안한 안식처였으니까요. 제가 간절히 돌아가고 싶었던 곳은 룬워드가 지배하는 지금이 아닌, 가난해도 '최하급 발리' 하나만 들면 세상 부러울 게 없던 1.09d 버전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습니다. 최신 환경에서 역패치는 좀처럼 먹히지 않았고, 이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 버전이라 실질적인 정보를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다들 입을 모아 "그때가 참 좋았지"라며 추억을 말하지만, 정작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며칠을 고생하며 씨름한 끝에 다행히 1.08부터 1.14d까지 모든 버전을 아우르는 통합 프로그램을 발견했고, 마침내 멈춰있던 1.09d의 세계를 다시 깨울 수 있었습니다.
기쁨도 잠시, 아이템을 모으는 막막함에 에디터를 찾아보았지만 너무 오래된 프로그램이라 윈도우와 충돌하거나 영어로 되어 있고 복잡해 결국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사실 지존급 템으로 도배하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그저 구발록, 구그림, 구샤코를 걸치고 사냥하던 '발리마'의 손맛을 한번 느껴보고 싶었을 뿐인데, 결국 완벽한 세팅은 포기한 채 호환되는 아이템들로 대충 구색만 맞춰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묘하더군요. 1.10 패치 이후 마음 한구석에 늘 아쉬움으로 남았던 그 시절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났습니다. 익숙한 몬스터들과 중독성 강한 룬워드가 없던 투박한 아이템들을 보니 그시절의 설렘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비록 꿈꾸던 발리마는 실패했지만, 어느정도 틀을 잡은 소서리스 한 마리를 보며 이제는 내 손으로 직접 캐릭터를 키워낼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습니다.
싱글 플레이라고는 해도 전혀 외롭지 않았습니다. 싱글만의 매력이 있고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배틀넷이 아니더라도 TCP/IP 를 통해 같은 버전을 즐기는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앵벌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을 땐 정말 기뻤습니다. 답답한 일상 속에서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디아블로2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남은 연휴 편안히 쉬시고, 활기찬 월요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앵벌의 끝은 도박 O_o::
댓글 포인트 안내